많이 팔려서 위에 있을까, 위에 있어서 많이 팔렸을까

밤 열한 시, 생수가 떨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쇼핑앱을 열고 ‘생수’를 검색합니다. 첫 상품에는 높은 별점, 수만 개의 후기, 내일 도착한다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몇 초 뒤 엄지는 이미 그 상품을 누르고 있습니다.
누가 “이 상품이 판매량 1위입니다”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맨 위에 놓인 상품은 비교가 끝난 결과처럼 보입니다. 많이 팔려서 위에 오른 것일까요, 아니면 위에 있어서 많이 팔리기 시작한 것일까요?
첫 번째 상품은 ‘우승자’처럼 보인다
오프라인 마트에서는 진열을 봅니다. 입구의 계절 상품, 눈높이의 자체 브랜드 상품, 계산대 옆 껌은 매장이 고른 자리라는 사실을 대개 압니다. 온라인 화면에서는 이 진열이 숫자 순서로 바뀝니다. 1, 2, 3처럼 반듯하게 늘어서니 매장의 선택보다 객관적인 성적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추천순’이나 ‘랭킹순’은 판매량순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검색어와 얼마나 잘 맞는지, 재고가 있는지,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지, 가격과 후기 반응은 어떤지, 광고나 기획전 대상인지 같은 여러 조건이 섞일 수 있습니다. 플랫폼마다 재료와 비중은 다르고, 정확한 공식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습니다.
이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당장 받을 수 없는 최저가 상품보다 내일 도착하는 상품을 먼저 보여주는 편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새 상품은 판매 기록이 없으니 잠깐 앞에 놓아 반응을 볼 필요도 있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하나입니다. 편리하게 먼저 보여준 상품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 상품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 후보를 모음검색 가능한 상품을 불러옵니다.
- 관련성을 봄검색어와 맞지 않는 상품을 거릅니다.
- 반응을 예상판매·클릭·후기 같은 신호를 봅니다.
- 화면에 배치배송·재고·광고·운영 규칙을 더합니다.
자리만 바꿨는데 1%가 35%가 됐다
자리의 힘을 따로 떼어 보면 얼마나 클까요. 2026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소비자 행동실험은 실제 쇼핑몰과 비슷하게 만든 가상 쇼핑몰에 3,072명을 무작위로 나눠 넣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블루투스 스피커, 비타민C, 두루마리 화장지를 두 차례 골랐습니다.
첫 쇼핑에서는 모든 집단이 같은 일반 검색 결과를 봤습니다. 두 번째 쇼핑에서는 연구진이 기존 상품과 조건은 같고 가격만 10% 비싼 복제 상품을 만든 뒤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했습니다. 그 상품의 구매율은 1%에서 35%로, 34%포인트 올랐습니다. 반대로 원래 상위권에 있던 경쟁 상품은 52%에서 20%로, 32%포인트 내려갔습니다.
상품이 하루 만에 갑자기 좋아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격은 더 비쌌습니다. 바뀐 것은 화면 속 자리였습니다.
3,072명이 참여한 세 상품군의 가상 쇼핑 실험입니다. 실제 쿠팡의 현재 검색 결과나 매출을 측정한 수치가 아니며, 2024년 쿠팡 사건의 위법성을 직접 입증하는 자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험이 보여준 습관은 선명합니다. 전체 구매의 51.7%가 상위 다섯 상품에 몰렸고, 참가자의 94.6%는 첫 페이지 안에서 구매를 끝냈습니다. 기본 정렬을 한 번이라도 바꾼 사람은 25.2%뿐이었고, 83.8%는 필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상품 전체를 비교하기보다 플랫폼이 먼저 줄여준 후보 안에서 고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수치를 모든 쇼핑앱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가상 쇼핑몰에서 위치 효과를 분리해 본 통제실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플랫폼마다 화면, 이용자, 가격, 배송 조건이 다르며 “어느 앱에서나 맨 위 상품 구매율은 35%”라는 뜻도 아닙니다.
노출이 다음 노출을 부르는 눈덩이
상단에 놓이면 더 많이 보입니다. 더 많이 보이면 클릭과 구매가 늘 가능성이 큽니다. 판매와 후기가 쌓이면 그 기록이 다시 다음 순위를 정하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앞자리가 다음 앞자리를 만드는 눈덩이입니다.
- 상단에 보임스크롤하기 전에 눈에 들어옵니다.
- 더 많이 눌림클릭하고 비교할 기회가 커집니다.
- 구매·후기가 쌓임상품 반응을 나타내는 기록이 늘어납니다.
- 다음 순위의 재료가 됨반응 기록이 배치에 다시 쓰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순환을 설명한 그림입니다. 지금 보이는 특정 상품의 순위가 반드시 이 경로로 정해졌다고 판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그래서 화면에 보이는 인기를 둘로 깔끔하게 나누기 어렵습니다. 원래 좋은 상품이라 반응이 쌓여 올라왔을 수도 있고, 먼저 보여준 덕분에 반응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두 과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새 상품의 문제도 여기서 생깁니다. 판매와 후기가 없으니 뒤로 밀리고, 뒤에 있으니 팔릴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플랫폼이 신상품을 잠시 노출하거나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순서 조정이 곧 속임수는 아닙니다. 어떤 목적으로 순서를 바꿨고, 소비자가 그 순서를 무엇으로 이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2024년, 보이지 않던 진열 방식이 문서에 등장했다
이 질문은 2024년 쿠팡과 씨피엘비에 대한 공정위 의결서에서 실제 사건이 됐습니다. 쿠팡은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플랫폼이면서, 직접 매입한 상품과 자체 브랜드인 PB상품도 파는 유통업체입니다. 진열대를 만들면서 그 진열대에서 자기 상품도 파는 구조입니다.
공정위는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일부 직매입·PB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기 위해 세 가지 방식을 사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려운 내부 이름을 걷어내면 이렇습니다.
앞줄을 지정한다
원하는 상품과 검색어, 위치, 기간을 정해 상단에 고정합니다.
출발점에 가산한다
일부 상품의 기본 검색점수에 가중치를 더합니다.
사이에 자리를 둔다
검색 결과의 일정한 간격마다 대상 상품을 배치합니다.
공정위가 제출 자료를 토대로 특정 기간의 행위를 판단한 내용입니다. 현재 모든 검색어와 상품에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첫째는 상품과 검색어, 기간, 원하는 위치를 정해 앞줄에 고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둘째는 일부 상품의 기본 검색점수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셋째는 검색 결과의 일정한 간격마다 대상 상품을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이런 순위 조정이 일반적인 소비자 반응으로 얻은 결과처럼 보여 선택을 오인시켰다고 봤습니다.
의결서가 말하는 기간과 행위를 현재의 모든 검색 결과로 넓혀 읽어서는 안 됩니다. 공개 문서에는 일부 수치와 계산식이 가려져 있고, 지금 이 순간 특정 상품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화면만으로 판정할 수도 없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정위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기간의 세 운영 방식을 문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후기는 진열과 떨어진 별개의 장식이 아니었다
사건에는 두 번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쿠팡과 계열사 임직원 2,297명이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최소 7,342개 PB상품에 후기 72,614개를 작성했습니다. 평균 별점은 4.8점이었습니다.
후기는 상품 상세 화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후기 수와 평균 별점은 소비자가 상품을 누를지 결정하는 신호가 되고, 검색순위를 정하는 재료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먼저 보이게 하기’와 ‘보인 뒤 믿게 하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특히 초기에는 임직원이 쓴 후기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작성 기한과 길이, 사진 첨부 등을 관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021년 7월 이후에는 직원이 무료로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했다는 문구가 붙었지만, 공정위는 후기를 끝까지 열어야 확인할 수 있어 충분히 눈에 띄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쿠팡의 설명은 다릅니다. 임직원 체험단에도 낮은 별점과 부정적인 후기가 있었고 낮은 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았으며, 임직원 후기는 전체 PB상품 후기의 0.3%에 불과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체험단 표시도 했고, 후기만으로 상품을 상단에 노출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자료를 두고 공정위는 선택을 흐린 운영으로, 쿠팡은 정상적인 상품 체험과 진열로 다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장이 자기 상품을 앞에 놓으면 안 될까
오프라인 마트도 자기 브랜드를 눈높이에 놓습니다. 신상품과 할인 상품을 입구에 쌓고, 잘 팔고 싶은 물건에 더 넓은 자리를 줍니다. 쿠팡도 빠른 배송, 낮은 가격, 신상품을 먼저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온라인에만 기계적인 중립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득력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검색 결과를 오직 판매량으로만 세우면 이미 많이 팔린 상품이 계속 유리해지고 신상품은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재고가 없거나 배송이 늦은 인기 상품만 위에 뜨는 화면도 소비자에게 좋은 검색 결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쟁점은 “자기 상품을 한 번이라도 앞에 놓았는가”만이 아닙니다. 판매실적과 선호도, 정보 충실도 등이 반영된 랭킹으로 소비자가 이해하는 화면 안에서 별도의 진열 판단이 어떻게 섞였는지, 그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었는지, 선택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공정위는 2024년 8월 시정명령과 1,628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의결했습니다. 쿠팡과 씨피엘비는 이에 불복해 2024년 9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2026년 8월 공개된 쿠팡의 최신 SEC 공시에서도 이 행정소송은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공정위의 판단은 행정기관의 의결로, 쿠팡의 주장은 당사자의 반론으로 구분합니다. 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처럼 쓰지 않습니다.
맨 위 상품을 피할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 첫 상품부터 의심해야 할 것 같지만 결론은 반대입니다. 맨 위 상품이 실제로 싸고, 빨리 오고, 품질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PB상품이라고 나쁜 것도 아니며 광고라고 구매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상품보다 우리가 그 자리에 붙인 의미입니다.
‘맨 위’를 가장 좋은 상품이라는 판정 대신 플랫폼이 가장 먼저 보여준 후보라고 번역하면 됩니다. 그러면 첫 상품을 눌러도 되지만 거기서 비교를 끝낼 이유는 사라집니다.
반복해서 살 생필품이나 가격이 큰 물건이라면 정렬 기준을 한 번만 바꿔보세요. 추천순을 판매량순이나 낮은 가격순으로 바꾸면 첫 화면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입니다. 다만 판매량순도 품질순은 아니고, 낮은 가격순에는 배송비와 용량 차이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같은 규격 세 개만 남깁니다. 생수라면 병 수와 용량을 맞춘 뒤 100mL당 가격을 보고, 휴지라면 롤 수뿐 아니라 길이와 겹 수를 맞춰 단위가격을 봅니다. 후기 평균보다 최근의 낮은 별점 몇 개를 읽으면 배송 파손, 크기, 냄새처럼 내가 피하고 싶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면의 말을 그대로 읽습니다. ‘광고’는 돈을 내고 확보한 자리일 수 있다는 뜻이고, ‘추천순’은 플랫폼이 여러 조건을 섞은 기본 배열이라는 뜻입니다. 판매자와 배송 주체, 자체 브랜드 표시도 확인하되 그 한 가지 이유로 자동 탈락시키지는 않습니다.
추천순을 판매량순이나 품질순으로 바꿔 읽지 않습니다.
용량과 구성 수를 맞춘 뒤 단위가격을 비교합니다.
내가 피하고 싶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확인합니다.
밤 열한 시의 생수 화면으로 돌아가 봅시다. 첫 상품을 사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것이 모두의 투표로 뽑힌 우승자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이 팔려서 위에 오른 상품도 있고, 위에 있어서 많이 팔리기 시작한 상품도 있습니다. 화면만 보고 둘을 완전히 가려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첫 상품은 정답이 아니라, 비교를 시작할 첫 번째 후보입니다.
참고 자료
- 쿠팡 및 씨피엘비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의결 제2024-284호 — 공정거래위원회, 2024-08-05
-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 관련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결과 — 공정거래위원회, 2026-06-28
- KBS 일요진단 공정위 사건 언급 관련 쿠팡 입장 — 쿠팡 뉴스룸, 2024-04-23
- 쿠팡 직원 리뷰 조작 없었다는 5대 핵심 증거 — 쿠팡 뉴스룸, 2024-06-14
- Coupang 2026년 2분기 Form 10-Q — SEC, 2026-08-04
이 콘텐츠는 2026-08-18 기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공정위의 행정상 판단과 쿠팡의 반론, 진행 중인 법적 절차를 구분해 서술했습니다.